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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얕보지 말고 속을 깊이 보라

사람을 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우리말에는 사람을 보는 방법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로를 사랑스레 보고, 그윽하게 보는 것 역시 보는 방법이겠으나 주로는 강하게 보는 느낌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노려보는 게 있습니다. 겁을 주기 위해서 화가 났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옆으로 보면 주로 째려본다고 합니다. 눈을 옆으로 째고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을 치뜨고 보기도 합니다. 주로 작은 사람이나 힘없는 사람이 보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올려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려본다는 말에는 부러움이나 존경이 담기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보는 것에 추상적인 의미를 더한 것입니다.     아래로 내려다보는 것에는 반대의 의미가 담깁니다. 주로는 천시(賤視)의 느낌이 됩니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바로 ‘얕보다’입니다. 얕보다는 말은 얕게 보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깊을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생각하여 얕다고 보는 것입니다. 아예 밑바닥까지 내려놓고 보기도 합니다. 이 경우는 ‘깔보다’라는 표현을 씁니다. 깔보는 것은 내가 눈을 아래로 깔고 보는 겁니다. 상대를 저 아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생각만 해도 기분 나쁜 일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낮보다가 있습니다. 이는 낮추보다의 줄임말입니다. 상대를 낮추어 보는 것입니다. 이때 주로 하는 행위가 바로 ‘깎아내리다’ 입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가 아닌 깎아서 더 작게 만드는 것입니다. 아래로 본다는 표현도 이때 쓰는 말입니다. 눈을 내리깔고 상대를 보는 것이니 어른이나 윗사람의 행동입니다. 이런 행동 앞에서 아랫사람은 눈을 치뜨게 되는 겁니다. 반항의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올려다볼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겁니다.   남을 깊게 보지 않고 얕보는 행위를 한자에서는 ‘멸시(蔑視)’라고 합니다. 업신여기는 행위라고 해석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업신여기다는 어원을 ‘없이 여기다’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없이 여긴다는 말은 있는 사람 취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투명인간 취급했다는 요즘 표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따돌림의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악한 행동입니다. 가장 사람의 자존감을 무너뜨립니다. 멸시의 다른 말은 그래서 무시(無視)입니다. 무시라는 말 역시 보지 않는 것이니 못 본 체하는 것입니다. 보이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무시하는 겁니다.   저는 보는 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그런 뜻입니다. 보는 게 중요한데 어떻게 보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아무렇게나 보면 안 됩니다. 보고도 없는 사람 취급해서는 더욱 안 됩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깊이를 이해하게 됩니다. 그럼 저절로 존경심이 생겨납니다. 누구나 사람은 그 속에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는 것은 영어에서는 인터뷰(interview)라고 합니다. 그래서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면 모든 이에게 존경심이 생기게 됩니다. 인터뷰를 통해서 단점도 발견하지만 장점도 보게 됩니다. 가벼운 겉모습도 보게 되지만 깊은 어둠도 보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의 깊은 속을 만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 인터뷰하는 삶이었으면 합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표현을 부정적인 장면이 아니라 이해와 용서의 장면에서 쓰기 바랍니다.   한편 우리말에는 보는 것에 묘한 표현을 덧붙여 놓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기다’입니다. 여기는 것은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보는 것에 생각을 담은 겁니다. 생각하면서 보면 달리 보입니다. 그것을 우리말에서는 ‘눈여겨보다’라고 합니다. 사람도 자연도 눈여겨보면 달리 보입니다. 새롭게 보입니다. 귀하게 보입니다. 서로 눈여겨보고, 얕보지 말고 깊이 보는 삶이 되기 바랍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귀한 사람이 될 겁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요즘 표현 사람 취급

2023-09-24

[아름다운 우리말] 한달음에 버선발로

‘달음’이라는 표현을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눈에 들어왔다고 해야 할 겁니다. ‘한달음에 달려가서’라든지 하는 표현에서 주로 만나는 달음은 감정이 듬뿍 담긴 표현입니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달음이라는 말은 ‘걸음’과 대비되는 말입니다. 달음은 ‘달리는 일’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달리다와 관계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는 것을 강조할 때 쓰는 말로는 ‘달음박질’이 있습니다. 달음박질은 급히 달려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뜀박질’과도 비슷하게 쓰이는데 뛰다와달리다는 느낌이 좀 다릅니다. 보통 달리다는 앞으로의 느낌이 강하다면 뛰다는 위로의 느낌이 강합니다. 높이뛰기, 멀리뛰기에서 뛰는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달음과 달리다는 옛말에서는 ‘닫다’였습니다. 지금도 ‘도움닫기’ 같은 말에서는 남아있습니다. 높이 뛰기 위해서, 멀리 뛰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달리기를 하는 게 도움닫기인 셈입니다. 달리다는 말은 신체 부위 중에서 다리와 관련이 있는 말입니다. 어원을 다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리로 하는 일이 달리는 일입니다.    한편 발과 관련이 있는 말은 밟다 입니다. 발과 다리의 역할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물론 발로 하는 일에 걷다도 있습니다. 걷다가 걸음이 됩니다. 이에 미루어 볼 때, 닫다가 갈음이 된 것임도 알 수 있습니다. 다리와 달리다, 발과 밟다가 연결되는 데 비해서 걷다는 연결되는 부위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가랑이라는 말이 걷다와 연결되는 흔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처용가에 보면 다리를 ‘가랄’이라고 표현합니다. 제주 방언에도 다리를 ‘가달’이리고 합니다. 걷는 것도 다리가 하는 일입니다.    달음이라는 단어는 이제 잘 쓰이지 않습니다. 이는 ‘닫다’라는 표현이 잘 쓰이지 않음도 원인이 될 겁니다. 약간 화석처럼 남아있는 말입니다. 화석이라서 더 귀한 느낌이 납니다. 언어학에서는 화석화라는 말로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화석화한 어휘를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고서점에서 갖고 싶었던 책을 발견한 기쁨이라고나 할까요?   한달음은 ‘중도에 쉬지 아니하고 한 번에 달려감’이라는 의미입니다. 금방이라도 달려가서 만나고 싶다는 느낌이 넘쳐나는 때입니다. 좋은 표현입니다. 집에 손님이 올 때는 ‘버선발로 뛰어나가’라는 표현을 씁니다. 요즘에는 버선을 신지 않으니 이 표현에도 화석이 담겨있는 셈입니다.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신발도 신지 않고 맨발로 뛰어나가’라는 말이 됩니다. 어쩌면 격식마저 차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반갑고 기쁜 만남일 겁니다. 예상치 못한 만남, 기다림은 표현에 흥분을 담아 놓았습니다.    누구를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이 클 때는 걸어갈 수 없습니다. 달려가는 겁니다. 바람을 타고 갑니다. 귓가의 머릿결에도, 마음에도 바람이 있습니다. 때로는 내 설레는 마음이 내 몸보다 먼저 그곳에 달려갑니다. 그게 한달음입니다. 그래서 한달음이라는 표현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겁니다. 누가 나를 보기 위해서 한달음에 달려온다면 그것보다 고마운 일이 없습니다.   한달음은 일방적인 말은 아닙니다. 서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달음이 성립합니다. 한 사람은 보고 싶고, 다른 사람은 보고 싶지 않은 관계에는 애당초 이루어질 수 없는 말입니다. 한달음에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갑니다. 반가운 마음이 벌써 한가득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버선발 요즘 표현 높이뛰기 멀리뛰기 신체 부위

202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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